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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흑마구 슬라이더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했을까? 반론


선동열이 80년대 메이저리그에서는 선발 투수로도 충분히 통했을 것이라는 여러 잡다한 주장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그나마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는 80년대 메이저리그와 21세기 메이저리그는 약 3마일의 구속차이가 있으므로 선동열도 80년대 메이저리그에서는 강속구 투수였을 것이라는 깜짝 놀랄만한 주장인데,
 
먼저 사실 여부를 언급하자면, 80년대 메이저리그는 90마일 이상의 공을 꾸준히 던질 수 있는 투수를 강속구 투수로 분류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빠들의 바램과는 달리 선동열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선동열이 마무리 투수일 때는 평속 90마일이 가능했다.

<참고> 최동원, 박철순, 에가와 스구루의 최고 스피드


선발 투수 선동열의 직구 평속은 140km 초반에서 형성되었는데, 이 정도의 구속도 80년대 메이저리그에서는 평균 수준이었으므로 선동열의 성공 가능성 여부는 이 구속을 기준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그 정도의 구속으로도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투수가 2명이나 존재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그 2명의 투수와 선동열을 비교, 분석하여 선발 투수 선동열의 가능성을 추정해 볼 것이다.



1. 페르난도 발렌주엘라


발렌주엘라는 칼 허벨과 더불어 유이했던 진정한 스크류볼러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투수이다. 실제로 LA다저스에 구로다가 입단했을 때 구로다의 슈우트를 스크류볼이라고 선전한 이유가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스크류볼) 브레이킹볼, 팔꿈치에 무리가 많이 간다.

(슈우트) 패스트볼, 역회전 투심과 비슷하며 팔꿈치에 심각한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단, 어깨부상을 당한 경우에는 주저하게 된다. 한국 야구에서는 이 구질을 최동원이 가장 잘 던졌다(어깨부상 이후에 KBO에서의 구사 비율은 낮은 편이었다).

<참고> 슈우트(투심, 싱커)의 달인이었던 최동원





타자를 보면 히팅 포인트를 놓친게 문제가 아니라 공 자체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스크류볼의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날 때 타자는 감각적으로 히팅 포인트의 가상 영역을 설정하여 최초의 각도 계산을 하게 된다. 타격을 하기 위해 중심 이동을 하려는 순간에 공의 각도가 반대 방향으로 바뀌게 되면, 이 순간에 히팅 포인트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매덕스가 던졌던 역회전 투심도 스크류볼과 비슷한 궤적의 구질인데, 타자들이 움찔하면서 루킹 삼진을 당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바로 이런 현상 때문이다. 반대 각도가 형성될 때 히팅 포인트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인데, 발렌주엘라의 스크류볼은 매덕스의 역회전 투심보다 훨씬 더 강력한 구질이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위의 동영상으로는 반대 각도가 형성되는 것이 확인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일반적인 중계방송 각도에서는 좌완 투수의 구질 궤적이 제대로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렌주엘라의 스크류볼 궤적을 중계방송에서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카메라의 위치가 투수 뒤 중앙에서, 그리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형태로 보여주어야 하는데, 해당되는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

발렌주엘라가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정도의 구속으로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전체 투구수에서 절반이 넘게 스크류볼이라는 야구 역사상 최고의 마구를 구사했던 진정한 스크류볼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므로 선동열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그나마 선동열과 비교할만한 투수이다. 마구를 던지지도 않았고 선동열처럼 우완 투수이면서 나이, 신체조건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선동열과 비슷한 투수이다.



2. 브렛 세이버하겐


선동열은 선발 투수 시절에 결정구로 직구를 많이 던졌는데, 144km ~ 148km 정도의 구속이 나왔다.




세이버하겐도 결정구로 직구를 많이 던졌고 구속도 선동열과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직구 품질은 아주 많이 달랐다. 이런 직구를 던졌다.





어디선가 많이 본 직구일 것이다. 세이버하겐은 메이저리그의 원조 컨트롤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렸던 투수이다. 발렌주엘라의 스크류볼처럼 마구는 아니지만 준마구로 알려져 있는 역회전 투심과 함께 제구력에 관한한 최고의 투수였다(메이저리그에서 평균 정도의 구속으로도 최고 투수가 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동열의 작대기 직구를 감안할 때 80년대 메이저리그에서도 선발 투수로는 견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인데, 다행히 선동열에게도 세이버하겐처럼 명품 구질이 존재했다. 그 이름하여 흑마구 슬라이더다. 세이버하겐이 준마구를 던졌다면 선동열은 흑마구를 던졌다.


선동열의 흑마구가 얼마나 예리했는지 방송 사고가 난 적이 있다.

80년대 한국 프로야구의 중계방송에는 정해진 틀이 있었다. 반면에 메이저리그의 중계방송은 그 시절에도 벌써 맞춤 중계를 했을 정도로 앞서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S존 같은 시스템이 없었고 홈플레이트 위로 공이 지나가는 장면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런 중계방송 기법을 따라하다 방송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잠실야구장에서 해태 경기가 있었는데, 선동열이 등판한 경기였다. 선동열이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잡았는데 타자는 주심에게 불만을 표시했고 이어서 느린 화면이 제공되었다. 홈플레이트를 어거지로 스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해설자의 멘트가 이어지는데,

"스트라이크 맞아요. 저 정도로 슬라이더가 예리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중계진이 홈플레이트 위에서 찍은 영상을 보여준 것이다. 홈플레이트에서 최소한 공 2개 이상 빠진 상태에서 아무 변화도 없이 그냥 직선으로 포스 미트에 빨려들어가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30초 정도 침묵이 흘렀고 다시는 홈플레이트 위에서 찍은 영상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흑마구 슬라이더의 실체였다. 흑마구가 아니라 (홈플레이트 위가 아니라 흙 위로 지나가는) 흙마구였던 것이다.

어쨌든 당시에 중계방송에서 보여준 흙마구 영상은 방송국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영상이 공개된다면,

장담하는데 인터넷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될 것이다. 포털 관계자들은 사업의 발전을 위해 관련 영상을 확보하여 인터넷에 공개했으면 한다. 공개된다면 그건 정말 대박일 것이다. 한국 야구사 大투수들의 서열이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는 그야말로 핵폭탄이 될 것이다. 사기 야구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KBO 대표적 신격화 작당질의 상징 흑마구 슬라이더 -

 

- 메이저리그 대표적 신격화 작당질의 상징 그렉 매덕스(Greg Maddux)의 흑마구 투심 -



매덕스의 역회전 투심이라든가 노모의 포크볼 같은 동영상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렇게 대단했다는 선동열의 슬라이더 동영상은 대부분 동일한 동영상들만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스트라이크존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유인구 슬라이더 동영상 일색에다, 심지어 선동열 스스로도 가장 공이 좋았다는 일본 시절의 동영상 중에서도 슬라이더 동영상은 찾기가 힘들다.

사실 선동열의 가장 강점은 직구이지 슬라이더가 아니다. 실제로 86년에도 선동열은 상위리그에서는 단조로운 (원-타이밍) 피칭 때문에 선발 투수로는 부족하다는 실력있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조용히 묻히게 된다.

<참고> 선발 투수 선동열은 특급 에이스가 아니었다.


선동열이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로는 통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80년대 메이저리그는 불펜 의존도가 크지 않아서 아시아 출신 투수를 불펜 용도로 스카웃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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